서브컬쳐 2018.09.27 06:05

(스포일러 주의) '루베도 아니무스' 간단히 리뷰

테일즈샵에서 3년간 2개의 비주얼노벨과 1개의 라이트노벨·드라마CD를 선보인 어반미스 테일즈 트릴로지의 마지막 비주얼노벨인 루베도 아니무스가 출시되었다. Zad 작가께서 선보인 이전의 세 작품도 만족스럽게 즐겼기에, 좋은 기대를 갖고 이 비주얼노벨을 시작했다.

루베도 아니무스 공식 정보
(스포일러가 있으니 아직 플레이하지 않은 분께선 읽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3연작의 제목에 대해선 전작인 니그레도 라비린스에서도 살짝 비춰진 적이 있다. 라틴어로 각각 백, 흑, 적을 뜻하는 알베도(albédo), 니그레도(nigrédo), 루베도(rubédo)이며, 각각의 색깔 뒤에는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나왔다. 아르베도는 구체를 뜻하는 스페라(sphæra), 니그레도는 미궁을 뜻하는 라비린스(labyrinth)였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공간적 배경이 아닌, 마음을 뜻하는 아니무스(ánĭmus)가 나왔다. 부평 수수께끼의 구체-부평지하상가에 이어 부평역이 배경이 될 것이었지만, 라틴어에 딱히 역(汽車驛)에 해당하는 단어는 없었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그 제목에 걸맞게, 전작들처럼 공간적 배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았다. 구체에서 내용이 진행되거나, 미궁에서 단서를 찾아나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 역은 보스룸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

도시전설이 기인한 장소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에, 이 작품에서는 등장인물들이 도시전설 그 자체였다. 늑대인간인 백연식과 귀인인 진소월이 각자 자기 족속의 운명과 상호 족속간의 불화 속에서 갖게 되는 갈등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전작들이 너무 도시전설에 무게를 뒀던 것에 대해 이 점은 좋은 평가를 이끌어낼 수 있던 점이다. 한편 도시전설에 대해선 빠질 수 없는 조직인 '보이지 않는 손'의 요원인 등장인물이 없는 것도 이 점의 영향이리라.

작품의 무게와 분위기도 훨씬 진지해졌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스토리 속에서 중후하게 펼쳐지는 갈등에, 소월이 읽어주는 시도 그 분위기를 더한다. 다크한 분위기 역시 정점에 달했다. 처음부터 다크 로맨스라는 말이 붙을 정도다. 어반미스 테일즈 트릴로지를 바라보면서, 주제나 분위기를 칙칙하게 잡으면서도 여러 가지 밈 등으로 오히려 그 분위기를 방해한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정말 딥다크한 작품으로 마무리가 지어진 것이다. 부평찬가가 울리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선택지 패턴은 개연성이 부족해 추리 가능성이 낮았던 아르베도 스페라나, 너무 쉬워져 이 장르의 특색 중 하나인 선택지가 약해져버린 니그레도 라비린스와 달리 적당히 난이도 있으면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정도였다.
엔딩 구성은 다른 테일즈샵 작품과 비슷하게, 전작들과는 다르게 갔다. 다만 히든엔딩에 있어 다른 히든엔딩이 있는 작품인 죽어버린 별의 넋두리와 달리 '히든'이라는 말에 걸맞는 짜릿한 다크함이 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비춰주었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아르베도/니그레도 둘 다 갖고 있었던 아이캐치 일러스트/음악이 따로 없었다는 점. 특색이라고 할만한 것이었기에 많이 아쉽다.


내용에 관해, 그리고 어반미스 테일즈 트릴로지가 마무리되면서 이 세계관에 대한 총평을 하는 것은 근시일로 미루려고 하기에 '간단히 리뷰'라는 제목을 썼다.

——————

좋은 작품을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신 Zad 작가님, 일러스트레이터 kero님, 작곡가 초롱아귀 님, 세 명의 성우분들 외 모든 관계자들과 테일즈샵에 감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티스토리 툴바